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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현대자동차가 1996년 5월 현지 법인을 세우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지난 30년의 성장을 바탕으로 다음 30년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현대차 인도 푸네 신공장이 10월 14일 준공식을 열었습니다.
인도 서부의 오토 허브이자 교통·물류의 요충지인 푸네에 자리 잡은 신공장은 인도 시장의 전동화 전환에 대비하고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핵심 전초기지입니다. 현대차 푸네 신공장의 탄생 배경부터 첨단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제조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차례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스마트 팩토리로 다시 태어나다
푸네 신공장의 시작은 제너럴모터스(GM)가 세운 탈레가온 공장입니다. GM이 2020년 생산을 멈추고 인도에서 철수한 뒤, 공장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가동이 중단돼 있었습니다.
전환점은 2023년에 찾아왔습니다. 현대차는 그해 제너럴모터스 공장의 토지와 건물, 생산 설비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현대차는 이 공장을 헐고 새로 짓는 대신, 쓸 수 있는 것은 살리고 필요한 것은 새로 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존 설비 일부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 운용하던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설비를 들여와 이곳에 맞게 최적화해 배치했죠. 덕분에 인수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양산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재구축을 마친 공장은 2025년 6월 엔진 생산을 시작해 같은 해 10월 본격적인 차량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연간 생산능력은 17만 대로, 공장에서 가장 먼저 양산에 들어간 차는 2세대 소형 SUV ‘올 뉴 베뉴’입니다. 멕시코,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고객에게도 전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수출 국가를 30여 개국으로 더욱 넓혀 갈 계획입니다.
준공식 현장에는 마하라슈트라주의 데벤드라 파드나비스 주총리와 수네트라 파와르 부총리, 이성호 주인도 대사를 비롯한 양국 정관계 인사들이 함께했습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HMIL) 대표이사 등이 자리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인도와 함께해 온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30년 전 처음 인도에 진출했을 때부터 현대차는 현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현지 첫 차종인 쌍트로를 출시한 이후,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과정에서 핵심 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푸네공장 준공식은 현대차가 인도 현지에서 새로운 장(章)을 여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새 공장에 거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남부와 서부, 두 축으로 나뉜 인도 생산 체제
푸네 신공장 준공은 현대차의 인도 생산 체제에 있어 큰 변화입니다. 인도 남부의 첸나이 1·2공장은 연간 82만 4,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부의 푸네 신공장이 더해지면서 100만 대 가까운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두 공장은 역할도 나눴습니다. 디 올 뉴 베뉴 생산을 푸네 신공장이 도맡으면서, 첸나이공장은 전기차(EV) 생산 전환에 한층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산 거점이 남부와 서부로 나뉘면서 물류와 공급망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푸네가 있는 마하라슈트라주는 인도 자동차 산업의 주요 지역입니다. 그중 푸네에는 자동차 산업을 뒷받침하는 제조 및 부품 업체들이 수천 곳에 이르고, 이들이 촘촘한 공급망을 이루고 있어 인도 최대의 오토 허브로 불립니다. 뭄바이항과 인도의 대표적인 컨테이너 항만인 자와할랄 네루항 같은 주요 항만도 가까워, 내수와 수출 시장에 모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인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생산 거점으로 푸네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강판에서 OK 판정까지, 공정을 따라가다
푸네 신공장은 1단계 사업에 7억 2,400만 달러(약 1조 원)를 투자해 연간 17만 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축구장 166배 크기인 약 36만 평(1.2㎢) 부지에는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으로 이어지는 완성차 공장과 연간 15만 대 규모의 엔진 공장, 주행시험장, 임직원 교육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4,700여 명이 일하는 이곳에서 신입 직원들은 라인에 서기 전 증강현실(AR) 교육으로 작업을 미리 익힙니다.
공장은 여러 차종과 여러 파워트레인을 한 라인에서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되어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 차종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하이브리드차(HEV) 생산도 더해 생산 체계를 넓혀 갈 계획입니다.
푸네 신공장 곳곳에는 공통된 방식이 있습니다. 기존 설비와 공정을 바탕으로 하되, 사람의 눈과 손에 기대던 검사와 안전 확인, 차종 전환을 데이터와 자동화로 보완한 것입니다. 강판이 들어와 최종 검사에서 OK 판정을 받기까지의 주요 생산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강판이 차체 부품이 되기까지, 프레스 공정
차 한 대의 여정은 프레스 공정에서 시작합니다. 5,400톤급 프레스 라인을 갖춘 이곳은 연간 23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으로 베뉴의 외관과 골격을 이루는 차체 패널을 만들어 냅니다.
프레스 공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AI의 도입입니다. 예전 품질 검사에서는 작업자가 눈과 손으로 패널 표면의 균열을 찾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AI 기반 표면 검사 시스템이 이 일을 함께 나눕니다. 적외선(IR) 센서 기반 감지 기술과 카메라 비전 검사를 결합한 AI 패널 크랙 감지 시스템이 미세한 균열과 표면 결함을 자동으로 잡아내며, 패널 품질을 지키고 있습니다.
AI는 작업자 안전에도 쓰입니다. 강한 힘으로 강판을 누르는 대형 프레스에서는 라인 안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푸네 신공장은 이 과정을 AI 카메라에 맡겼습니다. 출입문마다 설치된 카메라가 들어가는 사람은 +1, 나오는 사람은 −1로 집계합니다. 라인 내부 인원이 0명이 되면 시스템이 출입문과 안전 셔터를 자동으로 닫고, 그때부터 프레스가 움직입니다.
용접을 자동화한 차체 공정
프레스에서 만든 패널은 차체 공정으로 옮겨져 차의 뼈대와 겉모습을 이루는 하나의 차체로 합쳐집니다. 용접은 200여 대의 산업용 로봇이 도맡습니다. 무거운 대형 패널을 라인에 올리는 일도 이제 자동화 설비가 맡고 있습니다. 작업자의 부담이 컸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작업 효율과 현장 안전을 함께 챙길 수 있게 됐죠.
아울러 용접을 마친 차체는 3D 스캐너로 표면 전체를 빠르게 측정해 설계와 다른 부분이 없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차체가 오가는 구간에는 커튼 센서, 안전 매트, 영역 센서, 열화상 카메라를 겹겹이 설치해 작업자의 안전도 함께 지키고 있습니다.
색에 따라 밝기가 바뀌는 조명, 도장 공정
다음은 도장입니다. 도장 공정으로 들어온 차체는 이물질을 벗겨내는 전처리, 부식을 막는 전착 도장, 방수 성능을 확보하는 실링을 차례로 거칩니다. 이후 로봇이 세 번 칠하고 두 번 굽는 ‘3코트 2베이크(3C2B)’ 방식으로 외관을 완성합니다. 지붕 색을 달리하는 투톤 도장도 가능합니다.
도색을 마친 차체는 도장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 검수를 거칩니다. 터널처럼 이어진 둥근 스마트 조명 아래로 차체가 지나가면, 조명이 차량 색상에 맞춰 밝기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밝은 색 차는 덜 밝게, 어두운 색 차는 더 밝게 비춰 작은 흠집도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죠. 작업자는 그 아래에서 도장 표면을 꼼꼼히 살필 수 있게 됐고, 눈의 피로도 줄었습니다. 모든 차체는 이 검사를 통과해야 의장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 대의 차가 완성되는 의장 공정
도장을 마친 차체는 마지막 생산 단계인 의장 공정에 들어섭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부품이 하나씩 더해지며 비로소 완성차의 모습을 갖추게 되죠.
지금은 베뉴 한 차종만 이 라인을 지나지만, 라인은 앞으로 준중형 SUV나 하이브리드처럼 여러 차종을 함께 만드는 혼류 생산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짜여 있습니다. 작업 공구에는 스마트 태그가 달려 있어, 어떤 차를 어떤 공구로 작업했는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이 태그는 차량 정보를 생산 설비와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조립이 잘못될 여지를 미리 차단합니다.
차로 유지 보조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처럼 주행을 돕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은 센서가 정확한 방향을 향해야 제대로 작동하는데요. 푸네 신공장에서는 ADAS 보정 시스템(ADAS Calibration System)이 레이더 센서의 각도를 정교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조립을 마친 차는 공장을 나서기 전 마지막 관문인 최종 검사를 거칩니다. 차량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수밀 검사(Shower Test), 시동과 조향, 제동을 확인하는 기능·성능 검사, 도장 상태와 차체 조립 상태를 살피는 외관 검사가 차례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모든 검사를 마치면 검수원이 OK 마크를 붙이고, 비로소 한 대의 차가 공장을 나섭니다.
전력·물·폐기물까지 관리하는 공장
푸네 신공장은 전력과 물, 폐기물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2022년 현대차는 사용 전력을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가입했고, 이보다 앞선 2045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별 공장에 태양광 패널 설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등 여러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2025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푸네 신공장은 VIP·임직원 주차장에 설치한 814.8kW 규모의 태양광 설비로 전력 일부를 직접 생산하고, 국제 재생에너지 인증서(I-REC) 구매를 통해 가동 이후 공장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습니다.
물과 자원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푸네 신공장을 비롯한 사업장에서 용수 사용 효율을 높이고 재활용 범위를 넓히는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폐기물은 절감(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의 3R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데, 폐절삭유를 공장에서 직접 처리해 다시 쓸 수 있는 물로 되돌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인도에서 시작되는 현대차의 다음 챕터
현대차는 푸네 신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2만 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증설이 끝나면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114만 대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투자 규모도 키웁니다. 현대차그룹은 준공식에 앞서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 동안 155억 달러(약 20조 7,000억 원)를 인도에 투입하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생산 설비 확충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부품 공급망, 신사업까지 자동차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투자입니다.
투자와 더불어 수출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1999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인도 자동차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승용차 누적 수출 4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2030년까지 인도 생산 차량의 30%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도 항만과 가까운 푸네 신공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준비하는 스마트 제조 거점으로 거듭난 푸네 신공장. 현대차는 인도에서 쌓아 온 지난 30년을 바탕으로 다음 3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푸네 신공장이 열어 갈 현대차의 새로운 챕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임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