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좋은 재료와 충분한 시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치더라도 만드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놓치지 않을 것인지. 결국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감각이 한 잔의 맛을 결정합니다.
안동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술을 만드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농암종택에서 가양주 ‘일엽편주’를 빚는 이원정 종부와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김창수위스키’ 김창수 대표입니다. 한 사람은 오랫동안 이어온 방식 안에서 자신의 답을 찾고, 다른 한 사람은 아직 가보지 않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제네시스 GV80 쿠페와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산 사이로 물길이 이어지고 굽이진 도로 너머로 오래된 마을과 낮은 지붕이 나타납니다. 그 사이를 두 줄의 쿼드램프와 날렵한 루프 라인을 그린 GV80 쿠페가 지나갑니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판단을 내릴까요? 첫 번째 목적지는 농암종택입니다.
“술은 아기 키우는 것과 똑같아요.”
농암종택의 양조 공간에는 항아리가 줄지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는 효모가 살아 움직이며 발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원정 종부가 술을 빚는 일을 아기를 키우는 것에 빗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날씨와 습도는 매번 다르고 쌀의 상태도 같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방법만 반복해서는 술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이원정 종부는 쌀의 상태에 따라 고두밥의 뜸 들이는 시간을 조절하고, 발효가 시작되면 항아리의 온도를 살핍니다. 여러 장 덮어둔 이불 가운데 한 장을 걷을지 두 장을 걷을지, 혹은 다시 덮을지를 그날의 상태에 맞춰 판단합니다. 처음에는 두세 시간마다 항아리를 열어봤지만, 지금은 온도의 변화만으로도 발효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합니다. 충분히 삭았다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뚜껑을 엽니다.
그 감각은 발효가 끝난 뒤에도 필요합니다. 저장하는 동안 항아리 안쪽에 결로수가 생기면 술에 들어가지 않도록 닦습니다. 약 60일이 지나면 맑은 술을 거를 때 사용하는 용수를 박고, 70일 무렵 맑은 술을 떠냅니다. 같은 재료와 같은 방식으로 빚었다고 모든 항아리의 맛이 같은 것도 아닙니다. 직접 맛을 본 뒤 서로 섞을지, 각각 따로 둘지를 다시 결정합니다.
마지막에는 목판에 먹물을 바르고 한지를 올려 직접 탁본합니다. 흑백의 그림에는 농암종택 주변의 산과 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라벨을 술병에 한 장씩 붙입니다. 좋은 술을 만든다는 것은 정해진 방법을 그대로 반복하는 일이라기보다, 같은 과정 안에서도 매번 달라지는 것을 알아보는 일에 가까워 보입니다.
농암종택을 나와 GV80 쿠페에 오릅니다. 기와지붕이 멀어지고 산과 나무가 차창을 채웁니다. 노면이 달라지면 타이어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달라지지만 차 안의 분위기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GV80 쿠페에 적용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은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분석하고 반대 위상의 음파를 만들어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을 줄입니다. 정숙함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조용해서만은 아닙니다. 불필요한 소리가 줄어들면 다른 것들이 조금 더 또렷해지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대화가 멈추면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산과 나무에 시선이 머뭅니다. 조금 전 농암종택에서 들었던 이야기도 다시 떠오릅니다. 무언가를 더하는 대신 하나를 덜어냈을 때 오히려 경험이 풍부해지는 순간입니다.
암산터널을 빠져나오자 풍경이 바뀝니다. 오래된 종택과 자연이 이어지던 길 끝에 현대적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두 번째 목적지, 김창수위스키입니다.
김창수 대표에게 위스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질을 하나만 꼽아달라고 물었습니다.
“상상력이지 않을까요?”
위스키에서 상상력은 꽤 현실적인 능력입니다. 김창수위스키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숙성에 3~5년이 걸립니다. 오늘 한 선택의 결과를 확인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보리를 선택하고 발효하고 증류한 뒤 오크통에서 숙성하기까지 단계마다 다시 선택지가 생깁니다. 김창수 대표는 그 조합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모두 시험해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만들기 전에 먼저 맛을 그립니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하고, 가능성이 낮은 길을 지워가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좁힙니다. 아직 맛볼 수 없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가 처음부터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스카치위스키와 비교해 손색없는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가능성을 증명한 뒤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적인 위스키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기후와 재료, 오랫동안 이어져온 술 만드는 방식을 위스키에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질문을 따라 오랫동안 소주를 만들어온 안동에 왔습니다. 안동 지역에서 계약 재배한 보리를 사용하고, 위스키와 소주가 각자 발전시켜온 방식이 만날 수 있는 지점도 찾고 있습니다.
상상력만으로 술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증류가 시작되면 머릿속에 있던 맛은 매우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증류액 가운데 실제 위스키에 사용하는 것은 약 10%입니다. 증류가 진행되는 동안 맛과 향은 계속 달라지고, 그 가운데 원하는 부분을 골라내는 것이 ‘커팅’입니다.
시간과 알코올 도수로 어느 정도 범위를 예상할 수 있지만 마지막 판단은 직접 맛을 보며 내립니다. “그 구간에 접근하면 1초 단위로 맛을 봅니다.”
몇 년 뒤의 맛을 상상하던 사람이 이제 1초에 집중합니다. 원하는 지점을 지나치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설비 역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갖췄습니다. 안동 증류소의 설비는 독일에서 제작했으며, 증류액이 구리와 충분히 접촉할 수 있도록 증류기의 형태와 구리관 길이까지 고려했습니다.
커팅을 마친 원액은 오크통으로 향합니다. 숙성에 들어가면 또 다른 차이가 생깁니다. 같은 규격의 오크통이라도 나무의 특성이 다른 만큼 숙성된 술의 맛과 향도 달라집니다. 서로 다른 오크통의 개성을 조합해 원하는 맛을 만드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상상하고, 맛보고, 고르고, 다시 기다립니다. 3~5년 뒤의 결과를 위해 1초의 차이를 놓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증류소를 나와 GV80 쿠페의 문을 엽니다. 이번에는 실내를 가로지르는 블랙 애쉬 리얼우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 나무가 가진 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재입니다. 조금 전까지 오크통 사이를 걷다 나온 탓인지 그 표면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손끝으로 나뭇결을 느끼고 길에 오릅니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산을 따라 굽이가 이어지자 아침의 고요함 뒤에 머물러 있던 GV80 쿠페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납니다. 굽이마다 좌우 바퀴에 필요한 힘을 달리하는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가 차의 움직임을 길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아침에는 고요함이 먼저였다면, 돌아가는 길에서는 움직임이 앞섭니다. 같은 GV80 쿠페라도 어떤 길을 만나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면모가 달라집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한 안동의 도로 위로 GV80 쿠페의 두 줄 쿼드램프가 다시 선명해집니다. 아침부터 이어진 길을 돌아보면 같은 차 안에서도 순간마다 다른 장면이 떠오릅니다. 농암종택으로 향할 때는 차창 너머의 풍경과 고요함이, 김창수위스키를 나선 뒤에는 손끝에 닿는 블랙 애쉬 리얼우드와 굽이진 길에서의 움직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안동에서 만난 두 사람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술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랜 경험으로 작은 변화를 알아채는 이원정 종부와 몇 년 뒤의 맛을 상상하며 순간의 판단을 놓치지 않는 김창수 대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서로 다른 경험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GV80 쿠페와 함께한 여정도 그랬습니다. 고요함과 움직임, 눈으로 바라본 풍경과 손끝에 남은 나뭇결까지. 어느 하나가 이 차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면모를 하나씩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GV80 쿠페가 온전히 보입니다.
안동을 떠나는 길, 두 줄의 쿼드램프가 저물어가는 풍경 사이로 이어집니다.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이번 여정에서 만난 술과 사람, 그리고 GV80 쿠페에는 그런 깊이가 있었습니다.
사진. 박상국
이번 여정에서 방문한 장소를 포함해 직접 큐레이션한 11곳의 전통주 명소를 안동 지도에 담았습니다. 아래 버튼을 클릭하면 네이버지도 리스트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