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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WRC 4R] 현대 월드랠리팀 패든, 사고와 펑크로 점철된 크로아티아에서 포디엄 피니시

항구도시 리예카로 무대를 옮긴 크로아티아 랠리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한층 더 까다로운 난이도를 드러냈다. 날카로운 자갈과 과감한 코너 컷이 이어지는 노면은 예측하기 어려운 그립을 만들어냈다. 누빌이 금요일 오후부터 종합 선두를 지켰지만, 최종 스테이지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우승컵은 가츠타에게 돌아갔다. 포디엄의 마지막 자리는 패든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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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사파리의 진흙탕에서 빠져나온 WRC 참가자들은 유럽으로 돌아와 크로아티아에서 4라운드를 준비했다. 지난해 잠시 캘린더에서 빠졌던 크로아티아 랠리는 수도인 자그레브(Zagreb)가 아닌 항구도시인 리예카(Rijeka)로 위치를 옮겼다. 서비스 파크로 활용하는 리예카 인근 그로브니크 서킷(Autodrom Grobnik)은 1978년부터 1990년까지 모토GP 유고슬라비아 그랑프리가 개최되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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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랠리는 1970년대에 시작된,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대회다. 당시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핵심 공화국이었던 크로아티아는 사회주의 국가였음에도 비교적 개방적인 분위기를 보였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74년 ‘델타 TLX 랠리’가 창설됐다. 지역 랠리로 출발한 이 대회는 이후 유고슬라비아 국가 챔피언십으로 승격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갔다. 1986년에는 FIA 공인을 획득했고 2007년 유럽 랠리 챔피언십(ERC)에 편입된 데 이어 2021년 마침내 WRC의 일원이 됐다. 대회 명칭 역시 델타 랠리, 크로아티아 델타 랠리를 거쳐 ERC 편입 시점을 기점으로 현재의 크로아티아 랠리로 자리 잡았다.

34번째 WRC 개최국이 된 크로아티아는 2024년까지 대회를 이어왔지만, 정부 예산 지원 문제로 2025년에는 잠시 캘린더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올해는 중부유럽 랠리가 빠지고 예산 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시 한번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크로아티아 랠리 오프닝 세레머니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2021년 시작해 WRC 5번째를 맞는 크로아티아에서 아직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 올해는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가 엔트리하고, 3번째 차에는 개막전에 출전했던 헤이든 패든(Hayden Paddon)을 다시 출전시켰다. 사파리에서 2위를 차지하며 시즌 첫 포디엄 피니시를 달성한 포모는 “크로아티아는 까다로운 타막 랠리 중 하나입니다. 어느 지역을 달리는지에 따라 주행 특성이 확연히 달라지죠”라며 크로아티아 랠리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현대팀 누빌과 포모

누빌(왼쪽)과 포모는 크로아티아의 변화무쌍한 노면 특성을 가장 크게 염려했다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누빌은 크로아티아 랠리를 앞둔 심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올해는 개최지가 바뀌어 도로 상황 역시 이전과는 상당히 다를 것 같습니다. 여기에 날씨 변화까지 더해지면 대비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겠지만, 그것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립이 낮고 *코너 컷이 많기 때문에 노면 조건이 나쁠 때를 대비해 항상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코너 컷(Corner Cut): 코너를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 타이어를 도로 바깥까지 활용하며 경계를 일부 가로지르는 주행. 과도할 경우 페널티 부과 또는 차량 손상의 위험이 따른다.

현대팀 패든

다양한 랠리 무대에 참가해 온 패든은 꾸준히 약점을 보완하며 타막에서의 안정감 또한 크게 높였다

3번째 차량을 담당하는 패든은 시즌 2번째 엔트리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비포장도로 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한 패든은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며 타막에서의 안정감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코너 컷으로 노면이 더러워지기 쉬운 크로아티아에서는 패든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 경기를 앞둔 패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크로아티아 출전은 처음이지만 무대는 훌륭한 것 같습니다. 코너 컷이 많아 진흙으로 더럽혀지기 쉬우므로 상당히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행 순서도 불리하겠지만 집중력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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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든의 ‘주행 순서가 불리하다’는 언급은 노면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래블 랠리에서는 먼저 출발한 차량이 비포장 노면을 다지며 일종의 ‘청소차’ 역할을 하기 때문에 뒤에서 출발하는 쪽이 유리하다. 반면 포장도로인 타막에서는 선두 차량이 흙이나 낙엽, 자갈 등을 노면 위에 흩뜨려 놓기 때문에 오히려 뒤 순서의 주행이 더 불리해진다.

조나단 휘틀리 스포팅 디렉터

현대팀 스포츠 디렉터 앤드류 휘틀리는 크로아티아 랠리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찰나의 순간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팀을 이끄는 현대팀 스포츠 디렉터 앤드류 휘틀리(Andrew Wheatley)는 크로아티아 랠리를 앞둔 각오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크로아티아 랠리는 순수한 성능이 핵심 열쇠가 되는 시즌 첫 경기입니다. 팀은 노면 접지력 변화에 따른 주행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차량 세팅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었지만 모든 수정 사항을 한꺼번에 적용한 것은 아니며,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크로아티아는 단 몇 초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대회로, 고속 질주하는 코스 특성상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역시 찰나가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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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팀은 매 경기마다 색다른 재미를 주는 리버리를 두르고 시즌에 임하고 있다

현대팀 크로아티아 랠리 리버리

이번 크로아티아 랠리에서는 3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크레이그 브린을 추모하는 리버리를 준비했다

이번 시즌 매 경기마다 다른 리버리로 보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는 현대팀은 이번 경기를 위해 크레이그 브린(Craig Breen)을 기리는 특별 리버리를 준비했다. 2023년 현대팀 소속으로 크로아티아 랠리를 준비하던 브린은 경기 직전 테스트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리버리는 환하게 웃는 브린의 얼굴과 함께 그가 남긴 유명한 어록  “Flat to the square right(직각 우회전 코너를 풀 스로틀로 달리세요)”가 쓰여 있다.

토요타 GR야리스 랠리1

토요타는 이전보다 1대 적은 4대 구성으로 크로아티아 랠리에 참가했다. 사진: WRC Mediaroom(https://www.wrc.com/en/misc/wrc-mediaroom)

토요타는 시즌 초반 연이은 풀 포디엄으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휩쓸다, 3라운드 사파리에서는 제조사 포인트 담당 선수 3명이 모두 리타이어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이번 경기는 드라이버즈 포인트 선두이자 2023년 크로아티아 랠리 우승 경험이 있는 엘핀 에반스(Elfyn Evans)를 필두로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그리고 세컨드 팀으로 엔트리하는 사미 파야리(Sami Pajari)가 출전했다. 4대 구성은 이전 경기보다 간소화되었지만 여전히 라이벌들에 비해서는 참가 대수가 많다.

포드 퓨마 랠리1

M-스포트 포드의 암스트롱은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사진: WRC Mediaroom(https://www.wrc.com/en/misc/wrc-mediaroom)

M-스포트 포드에서는 조쉬 맥켈런(Josh McErlean)과 존 암스트롱(Jon Armstrong) 2명을 엔트리했다. 맥켈런은 크로아티아 첫 출전인 반면, 암스트롱은 2021년 주니어 WRC 시절 자신의 첫 승리를 이곳에서 기록했으며 ERC로 개최되었던 지난해에는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WRC2 출전 차량들의 모습

WRC2 클래스도 란치아를 선두로 뜨거운 타이틀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WRC Mediaroom(https://www.wrc.com/en/misc/wrc-mediaroom)

WRC2 클래스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스웨덴과 케냐를 건너뛰고 복귀한 란치아는 타막 전문가로 알려진 요한 로셀(Yohan Rossel)이 기대를 모았다. 이밖에 톡 스포트 소속의 베테랑 안드레아스 미켈센(Andreas Mikkelsen)과 토요타 에스파냐의 알레한드로 카촌(Alejandro Cachón), 핀란드의 신예 드라이버 루페 코르호넨(Roope Korhonen) 등이 시즌 초반 타이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경기에 나섰다. 

크로아티아 랠리 주행 코스

스테이지는 세 군데를 제외하고는 지난 대회와 완전히 달라졌다. 4개 주에 걸친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까다로운 산악 도로를 활용해 코스를 꾸몄다. 비수기인 4월에 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아드리아해 연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중계 화면에 담아내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자그레브 시절 크로아티아 랠리는 좁고 구불거리며 울퉁불퉁한 노면이 특징이었다. 이번에 달리는 리예카 주변은 크로아티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고르스키 코타르(Gorski Kotar)와 우치카(Učka)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해발고도 1,000m를 오르내린다.

크로아티아 랠리 전경

크로아티아 랠리의 무대가 해안 도시 리예카로 변경되면서, 코스와 노면 특성이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워졌다. 사진: WRC Mediaroom(https://www.wrc.com/en/misc/wrc-mediaroom)

노면 특성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깎아지른 듯 아찔한 절벽과 구불거리는 산악 도로는 코너 너머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라 상당히 까다롭다.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지만 산악 구간은 예측이 어렵다. 올해는 산악 스테이지에 많은 눈이 내렸고, 기온도 낮아 소프트와 하드, 웨트 타이어 외에 스노 타이어(스터드리스)를 추가로 준비했다. 


이번 경기는 이어지는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스페인)와 기술적으로 연계된 이벤트다. 이에 따라 특별 허가 없이는 두 랠리 사이에 디퍼렌셜 세팅을 변경할 수 없다. 참가팀들은 다음 경기 상황까지 고려해 디퍼렌셜 세팅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DAY 1 – 거칠고 지저분한 노면으로 접지력 확보에 애를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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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인 4월 10일 금요일은 보디체-브레스트(Vodice-Brest)를 시작으로 4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렸다. SS1~SS8 8개 스테이지 합산 126.86km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 타이어 전략은 완전히 갈렸다. 누빌이 하드 3개와 소프트 2개의 *크로스 믹싱 구성인 반면 파야리와 에반스, 솔베르그는 하드 5개를 골랐다. 포모와 패든은 하드 4개에 소프트 하나로 출격했다. 


*크로스 믹싱: 서로 다른 성능의 타이어를 교차로 사용하는 전략

오프닝인 보디체-브레스트는 2013년 이후 처음 새로 도입된 코스로 넓고 울퉁불퉁한 내리막길에서 시작해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4km 지점에서 오르막으로 바뀐 후 숲을 지나며, 막판에는 노폭이 넓은 고속 구간으로 이어진다. 에반스가 오프닝에서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파야리와 암스트롱이 뒤를 이었다. 이어서 출발한 솔베르그는 길 왼쪽 바위벽과 충돌하며 코스를 벗어나 멈췄다. 관객들이 달라붙어 밀어보았지만 코스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현대팀에서는 포모가 에반스와 10.8초 차이로 4위를 차지했고, 누빌과 패든이 6, 7위로 첫날을 시작했다. 포모는 첫 스테이지를 마친 뒤. “그립이 정말 까다롭습니다. 좋은 구간도 있지만 그립이 계속 변화하는 구간이 많아요. 게다가 오염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크로아티아 랠리 모습

토요타팀의 솔베르그가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방호벽 충돌 후 코스를 벗어나 리타이어하며 현대팀에게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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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 레이크 부토니가-모토분(Lake Butoniga-Motovun)은 부토니가 호수 근처에서 시작해 오르막을 달린 후, 중세 마을인 모토분 근처까지 다시 내려가는 스테이지다. 올해는 약 10년 전 사용했던 코스를 활용해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상당한 고저차와 고속 구간이 함께 존재하고, 오래된 아스팔트와 새로 포장한 노면이 번갈아 나타나기 때문에 그립 변화가 크다.

접지력이 계속 변화하고 속도를 쉽게 내기 어려운 노면 특성이 참가자들을 괴롭혔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이번에도 에반스가 톱타임을 잡았다. 포모가 타이어 펑크로 시간을 잃은 반면 누빌이 페이스가 올라 3위 기록을 냈다. 누빌은 스테이지 직후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노면이 여전히 지저분하고 접지력이 낮습니다. 차의 밸런스는 좋아졌지만 너무 단단하게 세팅해서 조금 불안정해요. 그럼에도 좋은 리듬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파야리와 포모, 암스트롱에게는 타이어 경고등이 들어왔다. 파야리는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포모와 암스트롱은 손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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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3 베람-체로블리에(Beram-Cerovlje)는 단일 스테이지로는 23.78km로 이번 랠리에서 가장 길다. 높낮이 변화와 헤어핀의 기술적인 구간도 포함되어 있어 타이어 관리가 중요하다.  스테이지 시작 후 13km 지점에서 에반스가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페이스 노트를 잘못 듣고 우측 코너를 크게 벗어나 덤불 속에 박혔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누빌이 스테이지 톱타임을 작성했다. 누빌은 “엘핀과 스콧이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도로에서 그들을 봤지만 브레이킹 라인을 보지는 못했어요. 제 차의 밸런스는 중간 정도입니다. 차가 아직은 불안정해 직진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좋은 리듬 찾기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 초반이고,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라며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에반스의 사고로 파야리가 종합 선두를 차지했고, 누빌은 2위로 올라섰다. 패든은 5위, SS3에서 타이어 펑크로 1분 30초가량 손해를 보았던 포모는 종합 10위까지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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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4 우치카는 이름 그대로 우치카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는 스테이지다. 해안선과 인접해 절경을 자랑한다. 그러나 숲속 넓은 2차선에서 시작해 구불거리는 도로와 고속 구간을 연속적으로 달려야 하는 만큼 선수들에게는 까다로운 장소다. 기록은 파야리가 가장 빨랐고, 가츠타, 포모, 누빌, 패든이 뒤를 이었다. 종합 순위에서는 파야리, 가츠타, 누빌, 패든이 1~4위를 형성했다. 반면 페이스가 좋았던 암스트롱은 서스펜션 파손으로 주저앉았다.

포모는 오전을 무사히 마치며 종합 6위까지 부상했다. 스테이지를 달린 직후 인터뷰에서 “스페어 타이어가 없는 상태에서 달렸기 때문에 마지막 구간에 들어왔을 때는 조금 안도했습니다. 속도와 위험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데, 잘 해낸 것 같습니다. 랠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이번 스테이지는 순조로웠고 효율적으로 주행하려 애썼고,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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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에는 서비스를 받고 오전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렸다. 보디에-브레스트에서 열린 SS5에서는 파야리가 다시 톱타임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2위로 올라선 가츠타와 누빌의 2위 싸움도 치열했다. 가츠타가 조금 빨랐지만 누빌과의 시차는 1.9초에 불과했다. 

누빌이 기세를 높이며 종합 2위로 올라섰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6에서는 누빌이 이번 경기 2번째 톱타임을 작성하며 종합 2위로 올라섰다. 기세를 회복한 누빌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기분이 좋네요. 몇몇 구간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해요. 앞쪽 스프링을 교체했고 디퍼렌셜도 바꾸는 등 몇 가지를 조정했어요.”


베람-체로블리에를 다시 달린 SS7에서 누빌이 2연속 톱타임을 기록했다. 이제 파야리와의 시차는 6.3초로 줄었다. 차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패든은 4위 자리를 유지했고 포모가 어느새 5위까지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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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을 마감하는 SS8 우치카에서는 파야리가 다시 톱타임으로 종합 선두 자리를 지켰다. 2위 누빌은 파야리와 13.7초 차이를 기록했고, 추격하는 가츠타와는 불과 0.9초 차이다. 4위 패든은 1분가량 떨어져 있고, 약 40초 차로 포모가 종합 5위까지 올라섰다. 


한편, 랠리1 참가자들이 대거 리타이어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WRC2 드라이버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란치아의 로셀과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이 6, 7위였고 카촌, 레오 로셀, 코르호넨이 10위권에 들었다. 

DAY 2 – 현대팀 누빌, 참가자들의 연이은 어려움을 틈타 선두로 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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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토요일은 ‘녹색 심장’ 혹은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고르스키 코타르와 카를로바츠(Karlovac) 산악지대를 무대로 까다로운 스테이지들이 마련되었다. 16.26km의 플라탁(Platak)을 시작으로 4개 스테이지를 달린 후 오후에는 오전과 반대 순서로 진행됐다. SS9~SS16 8개 스테이지 합산 115.96km는 어제보다 짧지만 점심 서비스가 없었다.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소프트 4개에 하드 타이어 2개를 선택했다. 

스키 리조트 지역에 자리잡은 SS9 플라탁은 높은 고도와 변덕스러운 날씨를 특징으로 하는 크로아티아의 전통적인 스테이지다. 자그레브를 중심으로 열렸던 2024년에도 사용했던 코스다. 숲 속 스타트 직후 오르막을 달려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주차장에는 도넛 회전 구간을 마련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도로 주변에 약간의 눈이 있지만 날씨는 안정적이었다. 


솔베르그는 앞에 하드, 뒤에 소프트 타이어를 끼고 톱타임을 기록했다. 상위귄 경쟁자 중에서는 파야리가 가장 빨랐다. 하지만 누빌과의 속도 차이는 거의 없어 시차를 0.1초로 벌리는 데 그쳤다. 종합 4위를 지키고 있는 패든은 “도로에 낙엽이 많아 접지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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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10은 낙엽이 많고 습기도 높아 접지력 변화에 주의해야 하는 구간이다

울창한 숲을 통과하는 SS10 라브나 고라-스크라드(Ravna Gora-Skrad)는 탁 트인 지형을 가로지르는 고속 구간 중간마다 숲과 마을 같은 기술적인 구간이 섞여 있다.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고 습기도 높아 접지력 변화에 유의해야 하는 스테이지다.


솔베르그가 연속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가츠타가 선전하며 누빌을 1.2초 차이로 제치고 2위로 부상했다. 누빌은 “노면이 너무 지저분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았다”며 가츠타가 많은 위험을 감수했을 거라 설명했다. 한편 맥켈런은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했다. 리타이어는 모면했지만 큰 손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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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랠리에 새롭게 추가된 SS11 제네랄스키 스톨-즈디호보(Generalski Stol–Zdihovo)는 카를로바츠 지역 강변을 따라 달리는 구성이 특징이다. 점프 구간이 포함된 고속 구간으로, 노면이 매우 거칠어 주행 난도가 높은 편이다. 토요일 일정 가운데 가장 긴 22.48km의 장거리 스테이지다.


솔베르그는 3연속 톱타임을 기록했지만, 순위는 여전히 꼴찌였다. 이유는 SS1에서의 사고로 인한 리타이어였다. 한 스테이지에서 리타이어하면 남은 스테이지 수에 따라 페널티 시간이 더해지기 때문에, 가장 많은 페널티가 부과된 솔베르그의 첫 스테이지 리타이어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누빌은 가츠타보다 무려 44.3초 빠른 기록을 작성하며 종합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아울러 선두 파야리와의 시차도 11.8초로 줄였다. 


포모는 SS12에서 제동 중 미끄러지며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12 페추르코보 브르도-므레즈니츠키 노바키(Pećurkovo Brdo-Mrežnički Novaki) 스테이지는 9.11km로 비교적 짧다.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되어 온 스테이지로 점프대가 있는 스릴 넘치는 고속 구간과 까다로운 숲 길이 특징이다. 이번에도 솔베르그가 가장 빨랐고 가츠타, 에반스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패든 뒤까지 바싹 따라붙었던 포모가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미끄러운 도로에서 제동하다가 요철에 미끄러지며 방호벽을 들이박았다. 이로 인해 WRC2 클래스의 요한 로셀이 종합 4위까지 부상했다. 


오후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소프트 타이어 4개에 하드 2개를 선택한 반면 가츠타는 소프트 5개에 하드 1개를 골랐다. 페추르코보 브르도-므레즈니츠키 노바키를 다시 달린 SS13에서는 가츠타가 가장 빠른 기록으로 누빌을 압박했다. 이제 둘의 시차는 8.4초까지 줄었다. 오전 내내 가장 빨랐던 솔베르그는 스테이지 막판에 돌멩이를 밟고 타이어가 터졌다. 맥켈런도 “펑크를 겪었지만 어디에서 손상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야리가 타이어 펑크로 고전하는 사이 누빌이 종합 선두에 등극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제네랄스키 스톨-즈디호보에서 열린 SS14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선두를 달리던 파야리가 타이어 펑크 때문에 2분가량을 허비하는 사이 누빌이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파야리 외에도 패든과 포드 듀오, 가츠타 등 많은 선수가 타이어 문제에 시달렸다. 누빌은 “정말 힘든 코스였어요. 즐겁게 주행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이제 선두에 올랐네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안전하게 주행해야 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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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2개 스테이지에서는 솔베르그와 에반스가 각각 톱타임을 기록했다. 많은 선수가 고전한 가운데 누빌이 종합 선두로 하루를 마감했다. 시즌 초반 성적부진의 부담에서 벗어난 누빌은 종합 2위 가츠타와 1분 14초 5의 다소 여유로운 시차를 확보했다.

2위는 31초 차이인 가츠타와 파야리가 경쟁하는 형세였다. 보수적으로 경기를 진행한 패든은 SS15 막판에 타이어 펑크를 겪었음에도 살아남으며 파야리와 1분 41초 떨어진 종합 4위에 안착했다. WRC2 클래스에서는 란치아와 시트로엥에 각각 소속된 형제 드라이버인 요안 로셀과 레오 로셀 형제가 사이좋게 1, 2위를 달렸고, 코르호넨과 그리야진, 카촌이 뒤를 이었다. 

DAY 3 – 누빌의 뼈아픈 사고, 포디엄 사수한 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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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우승자를 가리는 4월 12일 일요일에는 아드리아해에 인접한 14~15km의 중거리 스테이지 2개를 반복했다. SS17~SS20 4개 스테이지 합산 57.46km 구간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SS17 브리비르-노비 비노돌스키(Bribir-Novi Vinodolski)는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스테이지다. 길이 14.1km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달리는 개방감 있는 무대는 노면 그립이 좋고 속도가 매우 빨랐다.  


패든은 안정적인 주행을 펼치면서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초반 리타이어로 상위권이 힘든 솔베르그와 에반스는 슈퍼선데이 득점에 모든 것을 걸었다.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차지하고 에반스가 뒤를 이었다. 반면 종합 선두 누빌과 포디엄이 확실시되는 가츠타, 파야리는 위험을 피하고 완주에 주력했다. 종합 4위 패든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어요. 이번 경기를 테스트 세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라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포모가 페이스노트를 찾지 못해 코드라이버 코리아가 스마트폰으로 길을 알려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18 알란-세뉴(Alan-Senj)는 마지막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무대로 유서 깊은 네하이(Nehaj) 요새 근처에서 마무리된다. 이번 역시 솔베르그 톱타임에 에반스가 뒤를 이었고, 종합 1~3위는 안전하게 달렸다. 누빌은 여전히 가츠타에 1분 12초 앞섰다. 스테이지 직후 누빌은 “전혀 무리하지 않고 있어요. 그냥 무사히 완주하려 할 뿐입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죠. 승리는 저에게도 팀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포모는 페이스노트를 찾지 못해 코드라이버 알렉상드르 코리아(Alexandre Coria)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길을 알려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i20 N 랠리1

SS19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누빌과 가츠타의 시차는 1분 15초. 가츠타와 파야리 사이는 이제 20.9초까지 줄었다. 포모는 페이스 노트를 찾아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다만 암스트롱에 1.4초 밀려 슈퍼선데이 순위 4번째가 되었다. 남은 것은 알란-세뉴를 다시 달리는 파워 스테이지 SS20 뿐이다.  

누빌이 콘크리트 방벽과 부딪히며 차량에 큰 파손을 입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오후 1시 15분, WRC2 클래스가 먼저 코스에 들어섰고, 뒤이어 솔베르그를 필두로 하는 랠리1 클래스가 최후의 질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코스에 들어선 누빌은 오른쪽 콘크리트 방벽과 부딪히면서 길 왼쪽으로 이탈했다. 차를 돌려 복귀했지만 오른쪽 앞바퀴에 큰 대미지를 입어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첫 승리를 확신했던 누빌과 관계자는 물론 팬들까지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현대팀 패든

결국 가츠타가 우승을 차지했고, 파야리가 2위로 올라섰다. 패든은 종합 3위로 포디엄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2018년 최종전 호주(2위) 이후 8년 만에 거둔 최고 성적이다. 추가 점수를 노렸던 포모는 왼쪽 앞 타이어 펑크로 막판까지 밀어붙일 수 없었다. WRC2 클래스에서는 란치아의 요안 로셀이 우승을 차지했고, 동생인 레오가 2위를 차지함에 따라 WRC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패밀리 원투 피니시’ 기록이 세워졌다. 또한 란치아는 1993년 이후 33년 만에 WRC 종합 5위 안에 들었다.


이번 크로아티아 랠리는 마지막까지 예측하기 힘든 극한의 서바이벌 경기였다. 다음 경기는 2주 후,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타막 랠리로 열린다. 지난해 WRC 캘린더에 이름을 올린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는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라스팔마스(Las Palmas)의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 내부에 슈퍼스페셜 스테이지를 마련한다. 다만 한달 전 발생한 폭풍우로 산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금요일 스테이지가 대폭 수정되었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WRC 순위표